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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프로젝트 파나마 정리, 한국 책은 어떻게 넘어갔고 교보문고는 왜 거절했나

클로드를 만드는 앤트로픽이 종이책 수백만 권을 사서 잘라 스캔한 프로젝트 파나마가 한국 출판계로 번졌습니다. 미국 소송 문서로 드러난 계획, 웅진북센의 실제 공급,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출판협동조합이 받은 대량 주문 문의를 날짜순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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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프로젝트 파나마 정리, 한국 책은 어떻게 넘어갔고 교보문고는 왜 거절했나 대표 이미지
목차
  1. 프로젝트 파나마는 책을 사서 잘라 스캔한 계획입니다
  2. 종이책으로 바꾼 이유는 해적판 소송입니다
  3. 한국 책은 웅진북센을 거쳐 미국으로 갔습니다
  4. 교보문고와 서점들이 받은 주문은 모두 거래되지 않았습니다
  5. 해적판 목록에는 한강과 김영하의 책도 있었습니다
  6. 출판계는 실태조사와 이용 허락 제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7. 출판사와 저작권자가 확인할 것

세 줄로 먼저 읽기

이번 방문에서 한 편은 바로 볼 수 있습니다.

10월 셋째 주부터 "미국 AI 회사가 한국 책을 사재기한다"는 기사가 이어졌습니다. 교보문고가 해외 업체로부터 한국어 책 약 10만 종을 사겠다는 메일을 받았고, 예스24와 알라딘, 동네 서점에 책을 대는 한국출판협동조합에도 비슷한 문의가 들어왔다는 내용입니다. 같은 시기 국내 도서 유통 1위 업체인 웅진북센이 이미 앤트로픽에 책을 공급했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앤트로픽은 AI 챗봇 클로드(Claude)를 만드는 미국 회사입니다. 이 회사가 2024년부터 진행한 종이책 대량 구매 계획의 이름이 프로젝트 파나마(Project Panama) 입니다. 이 글은 프로젝트 파나마가 무엇인지, 한국 책이 실제로 어떤 경로로 넘어갔는지, 각 서점이 받은 주문은 어떻게 처리됐는지를 나눠 정리합니다. 아래 내용은 2026년 10월 26일까지 나온 보도와 소송 서류를 기준으로 합니다.

프로젝트 파나마는 책을 사서 잘라 스캔한 계획입니다

프로젝트 파나마는 2026년 1월 27일 워싱턴포스트 보도로 처음 알려졌습니다. 근거는 미국 작가들이 앤트로픽을 상대로 낸 저작권 집단소송(바츠 대 앤트로픽, Bartz v. Anthropic)에서 법원에 제출된 앤트로픽 내부 문서입니다.

문서에 적힌 계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1. 2024년 초 비공개로 시작했습니다. 내부 문서에는 "전 세계 모든 책을 파괴적으로 스캔하려는 우리의 노력"이라는 표현과 함께, 이 작업이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문장이 들어 있습니다.
  2. 약 1년 동안 수천만 달러를 들여 종이책 수백만 권을 사들이는 계획이었습니다. 미국 베터월드북스(Better World Books), 영국 월드오브북스(World of Books) 같은 중고책 유통업체에서 한 번에 수만 권 단위로 샀습니다.
  3. 사들인 책은 유압식 절단기로 책등을 잘라 낱장으로 만든 뒤 고속 스캐너로 읽어 텍스트 파일로 바꿨습니다. 스캔이 끝난 종이는 재활용 업체로 보냈습니다. 앤트로픽은 이 작업을 맡을 업체를 찾으며 6개월 동안 50만~200만 권을 처리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4. 이 일을 위해 20년 전 구글 북스(Google Books) 사업을 맡았던 톰 터비(Tom Turvey)를 2024년에 영입했습니다. 구글 북스는 도서관 책을 스캔해 검색할 수 있게 만든 구글의 사업입니다.

책등을 자르는 방식은 책을 한 권씩 펼쳐 찍는 방식보다 훨씬 빠르지만 원본이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파괴 스캔"이라고 부릅니다. 내부 문서에는 인터넷 글보다 잘 쓰인 책으로 학습해야 모델의 문장 품질이 좋아진다는 경영진의 판단도 적혀 있습니다.

종이책으로 바꾼 이유는 해적판 소송입니다

앤트로픽이 처음부터 책을 산 것은 아닙니다. 소송 서류에 따르면 공동 창업자 벤 맨(Ben Mann)은 2021년 6월 불법 전자책 공유 사이트 라이브러리 제네시스(LibGen)에서 책을 대량으로 내려받았습니다. 2022년 7월에는 또 다른 해적판 사이트인 파이럿 라이브러리 미러(Pirate Library Mirror) 링크를 직원들에게 보내며 "딱 맞춰 나왔네(just in time)"라고 썼습니다.

이 해적판 문제와 종이책 구매는 법원에서 다르게 판단됐습니다.

확보 방식법원 판단결과
정식으로 산 종이책을 스캔해 학습공정이용(2025년 6월 윌리엄 알섭 판사)저작권 침해 아님
해적판 사이트에서 내려받아 보관공정이용 아님2025년 9월 15억 달러(약 2조 원) 합의

공정이용은 저작권자 허락 없이도 비평, 연구, 새로운 용도처럼 일정한 조건에서 저작물을 쓸 수 있게 하는 미국 저작권법의 원칙입니다. 알섭 판사는 산 책을 학습에 쓰는 것은 원작을 다른 용도로 바꾸는 사용이라고 봤습니다. 반면 해적판을 모아 둔 행위는 따로 침해로 다뤘고, 앤트로픽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약 48만 개 작품에 작품당 평균 3,000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국내 기사 일부는 이 금액을 "배상 판결"로 적었지만 판결이 아니라 합의금입니다.

정리하면 같은 책이라도 정식으로 사서 스캔하면 미국 법원 기준으로 허용되고, 해적판으로 받으면 문제가 됩니다. 앤트로픽이 수천만 달러를 들여 종이책을 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 책은 웅진북센을 거쳐 미국으로 갔습니다

한국 책이 프로젝트 파나마에 들어간 경로는 소송 서류와 무역 기록 두 곳에서 확인됩니다. 법원에 제출된 앤트로픽의 2024년 내부 회의록에는 웅진북센과 책 가격, 할인율, 계약 체결을 협의한 내용이 있습니다. 웅진북센은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서점에 공급하는 국내 최대 도서 유통업체입니다.

웅진북센은 2024년 앤트로픽과 계약했고 2025년부터 책을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책은 앤트로픽에 직접 가지 않고 앤트로픽의 조달업체인 미국 베터월드북스로 수출됐습니다. 무역 데이터 서비스 임포트키(ImportKey)에 남은 웅진북센의 베터월드북스 수출 기록은 17건이며, 확인된 선적은 아래와 같습니다.

시기물량
2025년 3월 첫 거래864상자
2025년 3월 추가744상자
2025년 7월641상자
2026년 6월864상자(부산항에서 미국 롱비치항)

한국경제는 2025년 3월부터 2026년 6월까지 보낸 책의 무게를 165.69톤으로 집계했고, 한 권을 400g으로 잡으면 약 41만 권이라고 환산했습니다. 웅진북센은 정확한 공급 규모를 계약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웅진북센은 "2024년도에는 AI 학습 문제가 익숙하지 않아 통상 책 거래로 생각하고 제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원래 해외 업체에 책을 공급해 왔기 때문에 일반 수출 계약으로 처리했다는 뜻입니다. 앞으로는 AI 업체에 공급될 수 있는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교보문고와 서점들이 받은 주문은 모두 거래되지 않았습니다

웅진북센 공급이 알려진 뒤, 다른 서점과 유통사도 2026년에 비슷한 대량 구매 문의를 받았다는 사실이 이어서 보도됐습니다. 문의를 보낸 곳은 미국, 영국, 캐나다의 유통업체로 보도됐고, 앤트로픽은 문의 주체로 나오지 않습니다. 문의들의 공통점은 특정 책이 아니라 가능한 한 많은 종류의 한국어 원서를 원했다는 점입니다.

받은 곳문의 내용처리
교보문고미국과 영국 주소의 업체 10여 곳이 한국어 책 약 10만 종을 종마다 1권씩 구매 문의목적과 최종 납품처를 물었지만 답이 불분명해 거래하지 않음
예스24대량 구매를 원한 업체와 8월에 직접 만남이용 목적을 설명하지 않았고 이후 연락이 끊김
알라딘캐나다의 중고책 유통업체가 9월에 한국어 중고책 1,000만 원어치를 무작위로 구매 제안계약하지 않음
한국출판협동조합미국 중고책 유통업체가 8월에 책 종류별 1~2권씩 팔레트 단위 구매 제안내부 회의를 거쳐 거절

교보문고 사례가 가장 구체적입니다. 업체들은 작가나 분야, 베스트셀러를 지정하지 않고 종류만 최대한 많이 원했습니다. 일부 업체는 AI 학습 목적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최종 납품처는 데이터 관련 기업이라고 답했습니다. 교보문고는 AI 학습에 쓰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거래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출판협동조합은 중소 출판사들이 함께 출자한 비영리 단체로, 동네 서점에 책을 공급합니다. 주정관 이사장은 "AI 학습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내부 회의를 거쳐 거절했다"고 말했습니다.

종마다 1권만 사는 주문은 일반 서점이나 도서관의 구매 방식과 다릅니다. 팔기 위해서라면 잘 팔리는 책을 여러 권 사고, 읽기 위해서라면 분야를 고릅니다. 반면 학습 데이터는 같은 책이 두 권 있을 필요가 없고 종류가 많을수록 좋습니다. 서점들이 문의만 보고도 AI 학습 용도를 의심한 이유가 이 주문 방식에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

해적판 목록에는 한강과 김영하의 책도 있었습니다

종이책과 별개로, 앤트로픽이 해적판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전자책 가운데 한국 작가의 책 21권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도 10월 18일 알려졌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이 21권을 확인해 작가들에게 알렸습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흰』,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 황석영의 『손님』, 김영하의 『검은 꽃』 등이 포함됩니다.

이 책들은 앞에서 본 15억 달러 합의의 보상 대상 목록에 들어 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저작권 관련 기관과 함께 작가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도록 필요하면 법적 조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판계는 실태조사와 이용 허락 제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대형 서점, 중고 서점,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해외 업체의 대량 도서 구매 실태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결과 발표는 10월 넷째 주에서 11월로 미뤄졌습니다. 10월 16일에는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 등이 "대한민국 호소문"을 내고 AI 학습 데이터 공개, 창작자의 이용 허락 원칙,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습니다. 이 호소문에는 10월 16일 기준 단체 174곳과 개인 358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법적으로 따지면 헌책을 사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박정인 덕성여대 AI연구소 교수는 책을 샀다고 해서 그 책을 스캔하고 복제해 AI 학습에 쓸 권리까지 얻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미국 법원은 이미 정식 구매한 책의 학습을 공정이용으로 봤고, 한국에는 유통사가 AI 회사에 책을 파는 일을 다루는 규정이 없습니다. 지금 출판계가 요구하는 것은 이 빈 곳을 계약과 제도로 채우는 일입니다.

출판사와 저작권자가 확인할 것

이번 사건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판단은 세 가지입니다.

  • 대량 구매 문의를 받으면 최종 납품처를 문서로 확인합니다. 교보문고와 출판협동조합처럼 목적과 납품처가 분명하지 않으면 거래하지 않는 것이 지금까지의 기준입니다.
  • 해외 수출 계약에 용도 조항이 있는지 봅니다. 웅진북센 사례처럼 일반 수출로 나간 책도 중간 유통사를 거쳐 학습 데이터가 될 수 있습니다.
  • 해적판 피해는 따로 확인합니다. 미국 합의는 해적판으로 받은 책이 대상이고, 한국 작가의 책도 보상 목록에 들어 있습니다. 자기 책이 목록에 있는지는 한국문학번역원이나 저작권 관련 기관에 문의할 수 있습니다.

종이책 구매는 미국에서 합법으로 정리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AI 회사의 책 수요는 해적판보다 실물 구매 쪽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한국 출판계가 정할 것은 그 구매에 이용 허락과 보상을 붙일지, 붙인다면 어떤 계약으로 할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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